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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로벤티카

"

 미국에서 '범죄 사실 증명을 위한 물품 몰수' 및 '몰수한 물품의 최종 폐기 처리'는 복잡한 법적 절차에 속하나, HL에서는 다른 의미로 복잡한 문제였다. 그야 생각해 보아라. '웬 괴물이 거리를 때려부순 사건에서 발생한, 파괴흔이 남은 콘크리트 덩어리' 따위를 일일이 증거물 태그를 달아 보관했다가는 그 날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보관소가 미어터질 게 분명하다. 애써 결정적 단서만 추려두어도 곤란한 것이, HL의 범죄자들은 체포당해 법정에 서기보다는 다른 범죄자에게 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게 정말로 '아직 해결 안 된 사건'인지 '어딘가에서 해결이 되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건'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몰수품이 처음 보는 이계 물건이기라도 해 봐라, 제대로 된 폐기 절차 따위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봐도 무방해진다.

 

 그래서 알음알음 작은 '관행'이 생겨났다. 증거보관소에 한참 방치된 처치곤란한 물건은, 폐기 처리했다고 적고 슬쩍 가져가도 사고만 안 나면 눈감아주는 것. 당연히 좋은 관행은 아니지만, 비싸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고 관련 사건도 종료된 자잘한 물건까지 관리하기에는 HLPD의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들, 집에 화분 하나 들일 생각 없어?"

 

 보고서 쓰는 순경들 사이로 불쑥 손이 내밀어졌다. 마티의 손 위에는 나선형 프랙탈 구조를 이루고 있는 작은 조형물 다섯 개가 올려져 있었다. 조앤은 한숨을 삼키며 동기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최근에 큰 범죄 단체를 하나 소탕한 직후부터 유달리 증거보관소 근처를 맴돌더라니, 이런 걸 노리고 있었나.

 

 "화분?"

 "이게 이계인들이 방범용으로 자주 쓰는 식물 씨앗이거든! 직접 심어서 기를 때 가장 충성스럽대!"

 

 주변에서 딱 봐도 이계 물건이니 설명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야유가 터져나왔다. 저 식물 너드가 기어코 이계 식물까지 손을 뻗는다는 비난과, 식물이 대체 어떻게 충성스럽냐는 트집도. 조앤은 딱히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안 그래도 보고서 쓰느라 바빠 죽겠는데 이런 헛소리를 하려고 불렀느냐는 시선을 지그시 보냈다. 동기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시원찮자 마티는 실망… 하지는 않고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식물의 사진과 특징이 실린 도감 페이지였다.

 

 "너희 멍청이들이 이 귀한 식물의 가치를 몰라볼 줄 알았지! 다 자라면 이런 모습이 되거든? 관상용으로도 좋고, 집안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쫓아내서 방범용으로도 좋고..."

 "멍청한 식물 너드! 우리 이미 과로하느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그런 식물을 집에다 두면 그 놈이 나를 낯선 사람으로 볼 게 분명하다!"

 "그렇다! 그렇다! 우리한테 화분 강매하려면 일단 청장님께 말씀드려서 근무시간을 줄여줘라!"

 

 떠드는 동기들을 뒤로 하고 조앤은 몸을 기울였다. 왠지 보여준 사진이 익숙했다. 분명히 이 식물을 어디서 본 적 있는데. 파리지옥처럼 생겨서는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았나. 이 정도로 연상이 되는 걸 보면 본 적이 있는건데. 언제였더라? ...

 아. 괴식가가 전투 때 불러냈었지? 주변에 무언가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감지하고 물어뜯던 기억이 났다. 나도 다가가면 공격당하나 주춤거렸더니, 아군 적군 잘 구분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느물거리면서... 으! 조앤은 고개를 휘휘 저어 불쾌한 기억을 떨쳐냈다.

 

 "트리마에아잖아. 이건 작게 키워서 벌레잡이용으로 쓰는 경우가 더 흔하지 않나?"

 "오! 덜 멍청이였구나, 조앤! 하지만 안 멍청이는 아니네! 이계 식물이잖아, 그 동네의 '벌레'는 우리로 따지면 소형견 정도 크기니까!"

 "우리 동네의 벌레에 맞게 작게 키우는 방법 없어?"

 "당연히 있지!"

 

 방범용이라고 했을 땐 트집이나 잡던 동기들도, 벌레잡이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하니까 슬슬 관심이 생기는지 마티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티. 이 씨앗, 요전에 범죄 단체 페누디드 소탕했을 때의 몰수품 아냐? 최근 일인데 벌써 가져가도 되나?"

 "완벽 소탕 끝났잖아. 이게 마약이면 모를까 벌레잡이용으로나 쓰는 식물이고. 조앤도 보증했잖아? 괜찮아, 보관소에서 말라비틀어지게 냅두는 것보다야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닐까?"

 "식물 너드."

 "어허!"

 

 결국 순경 다섯 명은 한 번 길러보자며 다섯 개의 식물 씨앗을 나눠가졌다.


 

*


 

2xxx.06.16

(작게 초록색 싹이 올라온 화분 사진)

 

 -트리마에아를 심고 보름이 지났는데 다섯 중에 싹이 난 게 마티의 화분 하나 뿐이었다.

 -식물 너드가 너무 관심을 보이다 말려죽일 줄 알았는데 날 식물의 제왕이라 불러라 네가 관찰일지 쓰자고 했으면서 방해하지 마라 그보다 동참한 사람이 나 뿐? 다른 셋은 귀찮다더라

 -싹 난 것만 봐서는 평범한 지구 꽃 같은데. 이래서 방범용으로 쓰나?


 

*


 

 "짐 들어줘서 고마워, 아이브. 세일한다고 충동구매를 했더니 그만."

 [이 앞 식료품점에서 세일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요.]

 

 리기두는 들고 온 묵직한 장바구니를 내밀었다. 휴마는 한 팔로 장바구니를 받으려다가 휘청거리고, 다급하게 양팔로 무게를 지탱하려다 외려 균형을 잃고, 기어코 넘어지기 직전 리기두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똑바로 설 수 있었다. 도로 장바구니를 가져간 아이브는 친절하게도 웃는 눈 모양을 만들어주었다. 조앤이 더더욱 부끄러움에 몸부림치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미안한데... 미안한데, 아이브. 현관 안쪽까지만 부탁해도 될까."

 [얼마든지요.]

 

 조앤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현관문을 열었다. 안쪽에서 오래 묵은 공기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청소를 3일째 못 해서 그렇다는 변명과, 최근 HLPD의 일이 바쁜 모양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신발장을 지나쳐 안쪽 복도에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아이브는 다시 패드를 들어올렸다.

 

 [신발장 옆에 처음 보는 화분이 생겼군요.]

 "아, 맞다, 그거. 버려야 하는데 바빠서 정신이 없었네."

 [장식용이 아니었던 겁니까?]

 "방범용으로 트리마에아를 길러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3주쯤 지났는데도 아직 싹이 안 터서."

 

 리기두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벌써 버리는 겁니까?]

 "같이 심은 친구 건 벌써 잎사귀까지 돋았는데, 얘는 여태 초록색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걸 보면 죽은 거 아냐? 죽은 걸 계속 집에 두기도 그렇잖아. 아니면 추천해줄만한 다른 식물 있어?"

 

 잠시 골똘히 고민하던 아이브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없군요. 짐 정리도 해야 할테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십시오, 조앤.]

 "응. 좋은 저녁 보내, 아이브."


 

*


 

2xxx.06.20

(잎 끄트머리가 줄기와 연결되어 포충낭과 유사한 원통형 구조물을 형성한 식물 사진)

 

 -나흘 만에 40cm 정도 자랐다. 엄청 빠르게 자라네.

 -줄기 중간에 봉오리 같은 기관이 생겼다. 내 기억에는 커다란 파리지옥에 가까운 식물이었는데 얘는 왜 벌레잡이통풀처럼 자라지? 둘 다 식충식물이니까 비슷하긴 한가?

 -주변에서 왔다갔다하니 줄기가 날 따라서 기울어진다. 움직임에 반응하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


 

 "......자네들 노고는 잘 알지."

 

 윈스턴 경감은 제 콧대를 꾹 눌렀다. 그 동작에서 피로와 함께 옅은 짜증이 묻어났다. 거의 보란듯이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이었지만, 맞은편에 앉은 상대는 그저 호의적인 미소를 유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의 일시적 협력'과, 이미 종료된 사건의 증거물을 순순히 내어주는 건 다른 문제일세. 페누디드는 완전 소탕 성공으로 종결되었어. 간부급들은 다 잡아넣었고, 본거지에서 나온 위험한 무기들은 전부 처리가 끝났네. 그런데 이제 와서 자료를 열람하길 원하는 이유가 뭔가?"

 "범죄 단체들끼리 연계한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경감님."

 

 윈스턴 경감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경감은 뉴욕이 HL이 된 이래로 쭉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붕락 직후 NYPD가 그대로 와해되지 않고 HL의 치안 유지 기구로 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 그런 이에게 '야, 너희 수사기관인데도 큰 거 놓쳤더라? 그래서 뒤처리하러 우리가 왔어.' 라는 발언은 설령 사실이라 한들 자존심을 크게 긁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경감을 도발하는 것은 외교관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외교관은 빠르게 증거 서류를 꺼내들었다.

 

 "라이브라에서 확보한 장부입니다. 페누디드는 유명한 무기상이지만, 명성이 덜할 뿐 사람 장사에도 일가견이 있었죠. 신분 서류 조작, 육체 변형, 밀입국 루트 마련 등. 이 서류는 F.F에서 페누디드 측으로 자금이 흘러든 정황, 이건 페누디드의 소탕 전후로 행방이 묘연해진 F.F측 고위 인사 명단, 이건 우주 유목민의 지도자가 F.F측에 억류된 정황 자료입니다. 참고로 우주 유목민은 일주일 이내에 지도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HL을 습격하겠다고 오늘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명백한 증거를 무시하고 '불법 자경단'에게 분노만을 표하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서류를 읽는 윈스턴 경감의 표정이 점차 딱딱해졌다. 빠르게 마지막 자료까지 훑어본 경감이 외교관을 바라보자, 외교관은 진지한 낯으로 쐐기를 박았다.

 

 "페누디드의 이름을 버린 겁니다. 다른 걸 감추기 위해."

 

 윈스턴 경감은 다시 한 번 콧대를 눌렀다.

 

 "이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면 HLPD에 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없을텐데. 정확히 원하는 게 뭔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외교관은 천천히 제 양손을 마주 잡았다.

 

 "증거보관소를 보여주십시오. 무기 말고, 평범한 잡동사니들을. 분명히 그 중에 범죄 단체들이 사람을 숨긴 수단이 섞여있을 겁니다."


 

*


 

2xxx.06.25

(벌레잡이통풀의 포충낭처럼 보이는 기관과, 파리지옥의 감각모처럼 보이는 기관이 둘 다 생겨난 식물 사진.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졌다.)

 

 -아파트 한 층이 대략 3m 아니었나?

 -저 봉오리랑, 예상 밖의 크기만 제외하면 일단은 사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형태로 자랐다.

 -별로 유연하진 않은데 공격적이다. 식물 주제에 무슨 동물만치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곁에 다가가는 모든 걸 깨문다. 다가가도 반응하지 않는 건 마티 뿐이다. 날 알아보는 거라니까 아니 나도 제법 자주 들락거렸는데 왜 나는 못 알아봐

-마티는 2m 정도로 키우는 게 목적이랬ㄴㅡㅡㅡ (피가 한두 방울 떨어진 자국)


 

*


 

 조앤은 방금 식물에게 물린 손을 짜증스럽게 털었다. 그 때 괴식가한테 공격당한 적들이 얼마나 아팠을지 이런 식으로 체험하고 싶지 않았는데. 핏방울이 바닥에 튀자 집주인 마티는 비명을 질렀고, 키우던 트리마에아가 이빨? 을 세워 그 핏자국에 머리? 를 박고 바닥을 사납게 긁어대자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조앤은 마티의 비명보다도 더욱 목소리를 키워 소리쳤다.

 

 "마티! 나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나도 몰라! 영양제를 너무 많이 준 걸지도?"

 "너는 2m 정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서 영양제까지 챙겨줬냐? 일단, 상비약 없어?"

 

 마티는 그제야 사과하는 말과 함께 서둘러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냈다. 구급상자를 챙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화분으로부터 멀어졌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 구멍이 송송 뚫린 손에 소독약을 뿌리고 밴드를 붙이면서 조앤은 투덜거렸다.

 

 "마티. 저게 너를 해치지는 않아서 다행인데, 그래도 저 정도로 공격적이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 지금 당장 나부터 못 알아보고 있잖아. 저걸 방범용으로 뒀다간 도둑이 문제가 아니고 이 집에 오는 배달부나 수리공까지 다 잡아먹게 생겼는데?"

 "하... 나도 그게 걱정이라 찾아봤는데, 뭘 잘못 먹으면 이렇게도 자란다는 것 같더라."

 "뭘 얼마나 잘못 먹어야...? 아니, 응, 그래서?"

 

 마티는 뒤를 흘끔 살폈다. 언제 사람을 물어뜯고 바닥을 파헤쳤냐는 듯, 잠잠하게 벽에 붙어있는 트리마에아를 본 마티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구토유발제를 사용해서 잘못 먹은 걸 토하게 하면 나아진대. 그래서 하나 주문했어. 내일 도착한다고 하던데, 혹시 모르니까 내일도 같이 보러 와줄래?"

 "식물 구토유발제라니 생소한 단어를 다 들어보네. 저게 그거 먹고 화나서 너를 물어뜯지는 않겠지?"

 "세상에 나쁜 식물은 없어!"

 "아이고, 손이 너무 아파서 총은 커녕 펜도 못 쥐겠는데 어떡하지~ 나 내일 보고서는 쓸 수 있으려나? 야근하느라 바빠서 못 올지도?"

 "...보고서 작성 도와줄테니까 와주세요, 조앤 님. 실은 저도 무섭습니다."

 "그래. 반성해라, 식물 너드."


 

*


 

2xxx.06.26

(봉오리가 어제보다 더 커지고, 줄기가 천장을 반쯤 덮고 있는 식물 사진)

 

 -하루만에 왜 이렇게 자랐지? 내일이면 집을 덮어버리게 생겼는데? 진짜 오늘부로 기록 종료되는 거 아냐?

 -뭘 잘못 먹으면 봉오리가 생길 수도 있다길래 마티가 구토유발제를 구해 왔다. 뭘 토해도 문제고 안 토해도 문제 같긴 한데. 일단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


 

*


 

 "으그그그..."

 

 아이데오는 쭉 기지개를 켰다. 지금 며칠 째 증거물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이 뻑뻑했다. 차라리 특정 주술이 사용된 흔적을 찾으면 된다! 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 중에 위험한 게 있을수도 없을수도, 주술일수도 아닐수도, 과학 기술일수도 아닐수도, 아무튼 수상한 점이 있나 열심히 찾아보자 파이팅!'은 제법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아이데오. 이거 드십시오.]

 "오~ 커피에 스콘! 잘 먹겠습니다!"

 

 스콘을 반으로 가르자 버터 냄새와 함께 따끈한 김이 올라왔다. 아이데오는 냉큼 스콘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커피도 벌컥 들이켰다. 당분과 카페인이 피곤한 신체를 찌르르 울렸다. 한껏 풀어진 표정으로 아이데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감사합니다~ 이제 살겠네요! 잠깐 쉬고 힘내서 다시 찾아볼게요."

 [아. 그만 해도 됩니다, 아이데오.]

 "어? 다른 데서 찾았대요?"

 

 그리고 기댄 지 30초도 안 되어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단원 몇이 팀을 꾸려서 나가던 모습이 아이데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드디어 찾은 모양이구나! 아니, 조금 일찍 알려주시지~ 기쁨과 불평이 뒤섞인 말을 들으며 아이브는 패드를 들어올렸다.

 

 [아이데오. 트리마에아라고 아십니까?]

 "음... 다육식물 이름이었던가요?"

 [식물은 맞습니다. 주변 환경이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계 식물입니다. 환경이 좋지 않으면 몹시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삼킨 것을 소화시키지 않고 봉오리를 만들어서 저장해 둡니다.]

 "봉오리를요?"

 [예. 그리고 이는 씨앗 단계에서부터 적용되는 특징이라, 뒷세계에서는 트리마에아의 씨앗에 미리 영양제와 이동통신기를 먹여두기도 합니다. 보통 트리마에아의 발아에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됩니다만, 그런 처리를 거친다면 일주일 정도로 기간이 줄어듭니다. 식물이 자라나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커지면 통신기를 작동시켜 대피용 통로로 사용하는 겁니다.]

 "헐, 그런 특징이. 그럼 이번에 범죄자들이 이계 식물을 쓴 건가요?"

 

 아이브는 눈웃음을 지었다. 어떤 순경의 집 안에서 지은 것과 꼭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 모양입니다. 저도 방금 알았습니다.]


 

*


 

 "오, 꿀렁거린다. 이거 봐, 조앤! 구토유발제가 효과가 있나 봐!"

 "그래, 뭘 토하는지 보자. 내가 적어둘게."

 "오... 오오... 안쪽 봉오리에서부터 뭐가 나오는데..."

 "응."

 "사람 손처럼 생겼는데?"

 "응?"

 "어? 무기를 들고 있,"


 

*


 

 -뭘 잘못 먹으면 봉오리가 생길 수도 있다길래 마티가 구토유발제를 구해 왔다. 뭘 토해도 문제고 안 토해도 문제 같긴 한데. 일단 효과가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구토유발제가 든 모양이다. 뱀처럼 꿀렁거린다. 안에서 사람 손처럼 what???ㅡ (탄흔이 나 있다. 파일철을 가림막 삼아 총을 쏜 것처럼.)


 

*


 

 현관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오래 묵은 공기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조앤이 신발장을 가로질러 터덜터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주 옅은 발자국이 생겨났다. 먼지가 쌓일 정도로 집에 못 들어오다니. 젠장. 젠장! 더럽게 깨졌네! 그래, 지금은 '사고가 나버렸'으니까! 징계가 감봉 처리로 끝나서 다행이지! 마티, 망할 녀석!

 멀거니 침실 쪽만 바라보고 있던 조앤의 시선이 문득 아래로 떨어졌다. 며칠 째 신발장 옆에서 방치되고 있던 트리마에아 화분을 향해서.

 

 화분에는 작은 초록색 싹이 돋아나 있었다.

 

 "......."

 

 그러고보니 ‘멀쩡한’ 트리마에아는 발아 기간이 한 달 정도랬나. 그럼 지금쯤 싹이 나는 게 맞긴 한데. 도로 가져오라는 말도 없긴 했는데… 몹시 찝찝해하는 표정이 조앤의 얼굴에 자리잡았으나, 곧이어 짙은 피로감이 원래의 표정을 눌렀다. 일단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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